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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야담문학의 진수, 『동패낙송(東稗洛誦)』
조선 후기의 문학은 유교적 질서 속에서도 점차 다양성과 현실성이 살아나는 시기였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지식인들이 지루한 학문적 글쓰기에서 벗어나 보다 생동감 있는 민중의 삶과 현실을 담은 이야기들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바로 ‘야담(野談)’이라는 장르가 그것입니다. 야담은 본래 역사책이나 정사에 기록되지 못한 사건, 인물, 일화 등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을 문인들이 기록으로 남긴 것으로, 조선 후기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러한 야담문학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 바로 『동패낙송(東稗洛誦)』입니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문인이었던 **홍만종(洪萬宗)**이 편찬한 야담집으로, 그의 또 다른 야담집인 『순오지(旬五志)』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문헌으로 평가받습니다. ‘동패(東稗)’는 동쪽의 가벼운 이야기, 즉 야담을 뜻하며, ‘낙송(洛誦)’은 낙양에서 읊는다는 뜻으로, 문인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들이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습니다. 즉, ‘동패낙송’은 동쪽에서 전해진 민간 이야기들을 문인적 시선으로 엮어 읊는, 그런 의미를 가진 야담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홍만종은 단순한 이야기 수집자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교훈과 풍자, 현실 비판을 담아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동패낙송』은 단순한 재미 이상의 것을 담고 있으며, 조선 후기 사회의 다양한 갈등, 신분 질서, 가족 문제, 여성의 삶, 권력의 부패 등을 은근히 꼬집는 날카로운 시선을 담고 있기에 더욱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동패낙송』이라는 작품의 구조, 주요 내용, 문학적 특징, 역사적 의의, 그리고 다른 야담집과의 비교를 통해 이 작품이 왜 오늘날에도 재조명받고 있는지를 낱낱이 파헤쳐보겠습니다. 야담이 단순한 옛 이야기의 집합이 아니라, 시대를 읽고 사람을 이해하는 문학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동패낙송』의 편찬자 홍만종에 대해 알아보기
홍만종(1643~1725)은 조선 숙종대의 문신이며, 뛰어난 문장가로 이름을 떨친 인물입니다. 그는 고위 관직을 역임하며 정치적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풍류와 문학에도 심취한 학자였습니다. 『순오지』와 『동패낙송』이라는 두 야담집을 남겼는데, 이는 그의 문학적 시야와 삶에 대한 통찰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홍만종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백성들의 삶과 민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면서 조선 후기 지식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그는 이야기의 진위보다는 이야기 속에 담긴 교훈과 풍자에 주목했습니다. 『동패낙송』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사회적 모순과 도덕적 갈등, 인간 내면의 고뇌까지 담겨 있어 문학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야담집으로서 『동패낙송』의 구성과 특징
『동패낙송』은 엄격한 구성 체계를 따르지는 않지만, 대체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모여 있는 형태를 취합니다. 각 이야기는 독립적인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되며, 대부분 실제 있었던 일처럼 서술됩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사실 여부보다는 그 안에 담긴 교훈이나 풍자가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야기의 주제는 매우 다양합니다. 권력자들의 부패, 평민들의 지혜, 여성들의 절개와 희생, 이단 사상에 대한 풍자, 유교 윤리의 문제점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현실적이면서도 풍자적인 묘사가 특징입니다. 문체는 문인체를 유지하면서도 구어체적인 표현이 섞여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조선 후기 야담문학과 『동패낙송』의 위치
조선 후기에는 야담문학이 활발히 전개되었습니다. 이는 지배 이념이었던 성리학이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으로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현실을 보다 직시하려는 움직임이 문학에도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이 시기의 야담문학은 정통 사서나 문집에서는 볼 수 없는 민간의 생활상, 인간적인 감정, 사회의 부조리 등을 담고 있어 귀중한 역사적 자료가 됩니다.
『동패낙송』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민중과 지식인, 여성과 권력자, 중심과 주변 등 다양한 사회계층의 이야기를 포괄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야담문학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또한 같은 시기의 야담집들과 비교할 때도 문학적 완성도와 풍자성, 구성력 면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야기 속 현실 풍자의 힘
『동패낙송』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어리석은 양반, 부패한 관리, 탐욕스러운 승려 등이 자주 등장하며, 이들은 모두 사회적 모순을 상징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런 인물들을 통해 당시 사회 구조의 병폐를 비판하며 독자에게 반성과 통찰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풍자는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려는 문학적 의도도 담고 있습니다. 특히 민중의 지혜와 도덕성, 평범한 사람들의 의로움 등이 강조되면서 진정한 ‘군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여성 인물의 존재감과 그 의미
조선 후기 야담문학에서는 여성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을 보입니다. 『동패낙송』에서도 여성 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들의 삶과 선택이 이야기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절개 있는 여인, 기지를 발휘하는 여인,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희생되는 여인 등 다양한 여성상이 등장하며, 이는 여성의 현실적인 삶과 그 안의 갈등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여성의 희생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교 사회 속에서 억압받던 여성들의 현실과 그들의 목소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효과를 가집니다. 특히 여성 인물을 통해 사회 구조를 비판하고 인간성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는 점에서 『동패낙송』의 깊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민중 서사의 아름다움과 가치
『동패낙송』에는 민중의 삶을 조명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농민, 상인, 하층민 등 사회의 저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단한 일상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미가 섬세하게 묘사됩니다. 이러한 민중 서사는 당시 주류 문학이 외면했던 삶의 진실을 담고 있으며, 조선 후기 사회의 민낯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민중의 지혜와 용기, 이타적인 행동은 종종 양반 계층의 무능함과 대비되면서 사회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며, 야담문학의 사회적 기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사 기록을 보완하는 야담의 기능
공식적인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 같은 정사는 주로 왕실, 관료, 정치 중심의 기록으로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동패낙송』과 같은 야담집은 실록에 담기지 않은 민간의 이야기, 곧 ‘작은 역사’를 기록하는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이는 사료로서의 가치를 지니며, 역사적 사실을 보완하고 보이지 않던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큽니다.
예를 들어, 부패한 지방관에 맞서 싸운 양민의 이야기나 여성의 정절을 지켜내려는 투쟁 등은 당시의 정치, 경제, 성 도덕, 법률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이러한 야담의 기록은 단순한 문학을 넘어서 하나의 사회학적, 민속학적 자료로서의 기능을 하며, 현대 연구자들에게도 소중한 연구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이야기 구성에서 나타나는 서사적 전략
『동패낙송』의 이야기들은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며,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도입부에서는 평범한 인물이나 사건을 소개하며 흥미를 유도하고, 중반에는 갈등을 심화시키며 긴장감을 조성한 뒤, 결말부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교훈을 통해 독자에게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현대의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여전히 사용되는 전략으로, 홍만종이 단순한 이야기꾼이 아니라 뛰어난 서사 작가였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야기의 전개 속도와 리듬, 반전의 묘미는 당대 독자들뿐 아니라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흥미를 끄는 요소입니다.
정서적 울림을 주는 인간 중심 이야기
야담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습니다. 『동패낙송』은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과 감정, 도덕적 선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과거 사람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 정의감과 고뇌를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예컨대, 죄를 뒤집어쓴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꾀를 쓰는 자식의 이야기나, 절개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여성의 이야기는 단순한 사건 이상으로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감동을 줍니다. 이러한 정서적 울림은 야담이 단순한 이야기 모음집이 아닌, 하나의 완성도 높은 문학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권선징악의 도덕적 메시지
조선 후기의 야담은 대부분 권선징악의 도식을 따릅니다. 착한 이는 복을 받고, 악한 이는 벌을 받는 이야기 구조는 당시의 유교적 윤리관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입니다. 『동패낙송』에서도 이러한 도덕적 구조는 뚜렷하게 나타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교훈을 전달합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이 권선징악이 단순한 도식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악인이 일시적으로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착한 인물이 고난을 겪다가 마지막에야 겨우 구제를 받는 식으로 현실적인 요소가 가미됩니다. 이는 당시 현실의 복잡성과 모순을 반영하려는 홍만종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풍자와 해학을 통한 사회 비판
『동패낙송』은 진지한 이야기뿐 아니라, 웃음을 유발하는 풍자적 이야기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풍자와 해학은 단순한 웃음을 위한 요소가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나 권력자의 부패, 위선적인 유교 질서를 비꼬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엉뚱한 판단으로 사건을 그르치는 관리나, 겉으론 학문을 중시하나 실제로는 속물적인 양반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당대 지식인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머와 풍자는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주면서도 동시에 성찰을 유도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판타지적 요소의 활용
야담에는 종종 귀신, 도깨비, 예언, 기이한 꿈과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등장합니다. 『동패낙송』 역시 이러한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이야기의 흥미를 더하고, 독자들에게 현실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판타지적 설정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인간의 욕망, 두려움, 운명에 대한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특히 꿈이나 전조를 통해 미래를 예견하는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민속신앙을 반영하고 있어, 민속학적으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교육적 목적과 활용 가능성
홍만종은 단지 이야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후대에 전해 교훈을 주려는 교육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동패낙송』은 후대 유생들에게 도덕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는 보조 자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작품은 고등학교, 대학교의 고전문학 강의에서 활용되며, 도덕교육, 인성교육, 창의적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합니다. 이는 고전이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교육과 사회적 담론에서도 살아 숨 쉰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고전 해석을 통한 현대적 재조명
오늘날 『동패낙송』은 단지 국문학적 가치를 넘어서, 사회학, 여성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되어 연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전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동시대의 사회 문제와 연결 지어 읽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여성 인물의 삶을 현대 여성의 시각에서 해석하거나, 민중의 저항을 오늘날의 사회운동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방식은 『동패낙송』의 현대적 가치를 드러내는 좋은 예입니다. 이는 고전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변하며 끊임없이 새롭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순오지』와 『동패낙송』의 비교
홍만종의 또 다른 야담집인 『순오지(旬五志)』는 『동패낙송』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두 작품은 모두 야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구성과 성격, 내용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순오지』는 이야기의 수가 많고 보다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며, 일기 형식으로 엮인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동패낙송』은 보다 문학적이고 정련된 문체로 쓰여 있으며, 이야기의 완성도와 주제의식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두 작품을 비교함으로써 홍만종의 문학적 성향과 시대 인식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이상향의 제시
『동패낙송』은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이상적 사회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는 고전문학이 가지는 실천적 의식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상적 인물, 정의로운 관료, 절개 있는 여인, 지혜로운 백성 등은 단지 흥미로운 캐릭터가 아니라, 당시 독자들에게 도덕적 지침이 되는 모델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상향의 제시는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인간다움과 정의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으려는 문인의 고뇌를 반영합니다.
민속 신앙과 생활 문화의 반영
『동패낙송』에는 다양한 민속 신앙 요소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꿈을 통한 계시, 신령스러운 인물의 등장, 재앙과 복을 부르는 기이한 사물 등이 자주 나타납니다. 이는 조선 후기 백성들의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무속신앙과 도교, 불교적 세계관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이야기의 재미를 더할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특히 재앙을 피하기 위한 의식,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 기이한 동물이나 식물에 얽힌 전설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민속 자료로서 가치를 지닙니다. 이는 민속학, 인류학, 종교학적 관점에서도 연구될 수 있는 영역으로, 『동패낙송』의 학술적 활용 가능성을 한층 높여줍니다.
지역별 문화와 풍속의 다양성
『동패낙송』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특정 지역의 배경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통해 당시 지역사회마다의 특성과 풍속, 방언, 지역색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남 지역의 강직한 성품, 호남 지역의 여유로움, 경기 지역의 교양 있는 분위기 등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히 지리적 정보를 넘어, 각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역 간의 갈등, 차별, 편견 등의 사회적 문제도 드러나는 경우가 있어, 오늘날의 지역 이해 및 갈등 해소를 위한 인문학적 통찰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서민의 시각으로 본 양반과 관료
조선 후기 사회는 양반 중심의 사회였지만, 『동패낙송』에서는 오히려 서민의 시각에서 양반과 관료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이는 단지 통쾌함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양반의 무능과 부패, 이중적 태도에 대한 날선 경고이자 사회적 목소리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당시 민중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점에서 억압과 부조리를 느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당시 지식인들 역시 기존 질서에 대한 회의와 비판을 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동패낙송』은 비록 문인이 쓴 작품이지만, 백성의 목소리를 담은 진정한 민중 문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체의 특징과 언어 예술
홍만종은 『동패낙송』에서 매우 정련된 문체를 사용하면서도, 이야기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구어체를 적절히 섞는 문학적 기교를 보여줍니다. 이는 독자에게 친근함과 동시에 문학적 품격을 동시에 전달하는 효과를 줍니다.
또한 비유, 풍유, 수사법 등이 적절히 활용되어, 이야기 하나하나가 짧은 수필이나 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문장의 운율감, 어휘의 선택, 단어의 배치 등에서도 작가의 세심한 감각이 드러납니다. 이러한 문체적 특징은 홍만종의 작품이 단순한 기록 이상의 문학 작품으로 인정받는 근거가 됩니다.
인물 묘사를 통한 성격의 입체화
『동패낙송』의 인물들은 단순히 선인, 악인으로 나뉘지 않고, 매우 입체적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인물의 행동, 대화, 주변의 평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각각의 인물이 고유한 성격과 배경,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소설과 유사한 깊이를 가집니다.
예컨대, 탐욕스러운 지주의 이면에 숨겨진 과거의 상처, 지혜로운 평민 여성의 내면적 갈등 등은 단순히 이야기 전개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인간 내면에 대한 섬세한 탐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인물 묘사는 독자들에게 공감과 반성을 유도하며,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풍속화처럼 펼쳐지는 사회의 단면들
『동패낙송』은 마치 풍속화처럼 당시 사회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시장의 모습, 결혼식 풍습, 장례 문화, 과거 시험 장면, 술자리 풍경 등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그림처럼 그려냅니다.
이러한 묘사는 독자들에게 마치 조선 후기의 한복판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며, 문학의 현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또한 시각적 묘사의 세밀함은 단순한 서사적 기능을 넘어, 문화사적 기록으로서의 의미도 함께 지닙니다.
시대의 불안을 반영하는 이야기
조선 후기는 정치적 혼란, 왕권 약화, 민생 파탄 등의 위기 상황이 지속된 시기였습니다. 『동패낙송』의 많은 이야기 속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불안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도적의 창궐, 기근과 재난, 도덕적 해이, 관료의 부패 등은 단지 픽션이 아니라, 당시 사회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조선 후기라는 시대의 공기와 분위기를 생생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허구가 절묘하게 결합된 야담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야기 속 '신념'의 의미
『동패낙송』에서 인물들은 종종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거나,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합니다. 절개, 의리, 효도, 신의 등 전통적인 유교 윤리는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위 기준이 되며, 이들이 끝까지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모습은 당시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미화에 그치지 않고, 그 신념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현실적 장애에 부딪히는지도 함께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윤리와 현실의 간극을 인식하고, 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교차되는 신분과 계급의 시선
조선 후기의 사회는 신분제가 엄격했지만, 『동패낙송』은 이러한 신분 질서를 교차시키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보여줍니다. 양반과 평민, 여종과 주인, 승려와 양인 등 서로 다른 계급 간의 충돌과 이해, 배신과 우정, 협력과 갈등이 실감나게 펼쳐집니다.
이러한 교차적 시선은 당시 사회 구조의 모순을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은 신분에 앞서 사람이라는 인도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홍만종의 이러한 시각은 그가 단지 엘리트 문인이 아닌, 깊은 휴머니즘을 지닌 작가였음을 보여줍니다.
후대 문학에 끼친 영향
『동패낙송』은 이후의 한국 문학, 특히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신소설과 연작 단편 소설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민중 중심의 이야기 구성, 풍자와 교훈의 결합, 서사적 구성 방식 등은 현대 문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요소입니다.
특히 작가 김동인, 현진건 등 초기 현대소설 작가들은 야담의 전통을 현대적 서사로 재구성하며 발전시켰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동패낙송』은 단지 고전이 아니라, 한국 문학의 뿌리를 이루는 기초 문헌 중 하나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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